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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경영

판의 미로, 잔인한 현실세계동화

by planner_l 2023. 6.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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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판의 미로(Pan's Labyrinth)'는 1944년 스페인 내전 당시의 분위기를 배경으로 한 어린 소녀 오필리아의 이야기로, 2006년 5월 2일에 개봉하였습니다. 당시 한국에서 49만 명의 관객이 이 영화를 보았고, 이 작품의 감독은 기예르모 델 토로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이 가슴 저린 동화 같은 이야기, '판의 미로(Pan's Labyrinth)'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영화 판의 미로의 줄거리

영화는 오필리아가 출산이 임박한 어머니와 함께 탄 자동차가 험한 산길을 이동하는 장면으로 시작합니다. 오필리아의 어머니는 비달 장군의 아이를 임신하고 있습니다. 비달 장군은 '아들은 아버지가 있는 곳에서 태어나야 한다'며 오필리아의 어머니를 자신이 있는 산속으로 데리고 왔습니다. 비달 장군은 아이가 아들인지 딸인지 확인할 수 없지만 아들이라고 확신하고 있습니다.

오필리아는 산속 부대에 도착한 날 밤에 요정을 따라 어떤 유적지로 향하게 되고 그곳에서 판(Pan)을 만나게 됩니다. 판(Pan)은 오필리아가 지하세계에서 지상으로 올라온 모안나 공주이며 다시 지하세계로 돌아가려면 판(Pan)이 주는 3가지 과제를 수행해야 한다고 합니다.

  • 첫 번째, 괴물 두꺼비 입 속에 있는 황금 열쇠를 찾을 것
  • 두 번째, 황금 열쇠를 이용해 괴물이 지키고 있는 단검을 가져올 것
  • 세 번째, 순결한 피를 가져올 것

오필리아는 잔인 안 새아버지 비달 장군과 여러 갈등을 겪게 되고, 과제를 하나씩 수행합니다. 영화는 이 3가지 과제를 수행하는 과정을 흥미롭게 보여줍니다.

 

시대적 배경

이 영화의 시대적 배경을 이해하면 더 재미있게 볼 수 있습니다. 이 영화는 1936년부터 1939년까지 벌어진 스페인 내전을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1936년 선거에 의해 인민당이 집권을 하게 되자, 이에 반대하는 프랑코 장군이 인솔하는 부대가 반란을 일으켰습니다. 1936년에 발발한 내전은 1939년 반군 측의 승리로 끝났습니다. 스페인 내전이라 하니 스페인에서만 일어난 사건으로 보이지만 실익을 따지는 주변 국가들도 개입하여 사실상 2차 세계대전의 전초전이나 마찬가지였다고 합니다.

영화는 1944년을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공식적인 전쟁은 끝났지만 전쟁에서 진 정부군은 이제 반군이 되었고, 산속으로 거점을 옮겨 저항을 계속했습니다. 비달 장군은 이 반란군을 소탕하기 위해 산으로 온 정부군의 지휘관입니다.

 

전체적인 감상

현실에서는 비달 장군이 반란군을 집요하게 쫓고, 잡아와 잔인하게 고문하고 오필리아의 엄마는 계속 아픕니다. 오필리아는 이런 상황 속에서도 과제를 하나씩 수행합니다. 그리고 오필리아가 수행하는 과제는 현실과 묘하게 닮아 있습니다.

첫 번째 과제는 괴물 두꺼비에게서 황금 열쇠를 찾아오는 것이었습니다. 오필리아는 황금 열쇠를 가져오는 데 성공하고, 비달 장군의 집에서 일하면서 반군의 스파이 활동을 하는 메르세데스는 비달 장군의 물자 창고 열쇠를 반군에게 넘깁니다.(황금 열쇠 = 물자 창고 열쇠)

두 번째 과제는 괴물이 지키는 단검을 가져오는 것이었습니다. 오필리아는 성공했고, 메르세데스는 자신이 평소에 가지고 다니던 칼로 비달 장군에게 큰 상처를 입힙니다.(단검 = 메르세데스의 칼)

세 번째 과제는 순수한 피를 가져가는 것이었습니다. 판(Pan)은 오필리아의 남동생을 단검으로 찌르려 했지만 오필리아는 이를 거부했고 자신을 희생했습니다.(순수한 피=오필리아의 죽음)

이로써 오필리아는 모든 과제를 완수하여 지하 세계로 돌아가고, 반란군은 잔인한 비달 장군을 죽이게 됩니다.

 

해피엔딩(Happy Ending)일까?

위에서도 말한 것처럼 정부군은 끝내 반군을 진압합니다. 영화에서 좋은 편으로 보였던 반군은 패자가 되는 것이죠. 영화 마지막에서는 마치 반군이 정부군을 이긴 것처럼 보이지만 이는 긴 역사에서 잠시의 에피소드일 뿐, 역사적인 사실은 정부군이 승리했다는 것입니다. 이런 현실처럼, 오필리아가 모안나였던 자신의 과거이자 영원한 시간 속의 지하세계로 돌아간 것 같지만 오필리아는 사실 죽은 것입니다. 마지막 지하세계에서의 장면은 이야기를 좋아하는 오필리아의 상상일 테죠. 우리나라에서 한국 전쟁이 우리 민족의 커다란 상처인 것처럼, 스페인 내전도 스페인 사람들에게는 가슴 아픈 기억일 것입니다. 전쟁은 어른에게나 아이에게나 똑같이 가혹합니다. 그리고 전쟁의 결과는 동화로 치유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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