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은 2019년 5월 30일 개봉하여 1,031만 명의 관객을 홀린 영화입니다. 1,031만 명에는 아마 중복되는 숫자도 있을 것입니다. 저처럼 여러 번 본 사람도 많다고 합니다. 대부분의 관객들이 처음에는 유쾌한 가족 사기단 이야기인 줄 알았다가 중반부터 급격하게 어둡게 변하는 영화 분위기에 압도되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2019년과 2020년을 뜨겁게 달군, 영화 기생충(parasite)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영화 기생충의 줄거리
"기생충"은 비좁고 더러운 반지하에서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기택 가족의 이야기를 다룬 봉준호 감독의 영화입니다. 기택 가족의 운명은 그의 아들 기우가 부유한 박사장 가족의 딸 다혜의 영어 가정교사 일자리를 제안받으면서 바뀌게 됩니다.
기우는 박사장 집에서 일할 미술 치료사로 그의 동생인 기정을 박사장의 집으로 데려 옵니다. 그리고 기정은 운전기사와 가정부를 차례로 모함하여 그만두게 만듭니다. 그렇게 온 식구가 박사장의 집에 취직하기를 성공하여 안정된 생활을 하게 되지만, 그 생활은 오래가지 못합니다.
박사장의 가족이 캠핑을 떠난 어느 날, 기택의 가족은 박사장의 집이 그들의 집인 것처럼 박사장의 집을 차지하고 즐거운 하루를 보냅니다. 그리고 그날 저녁, 그들이 다시는 볼 일이 없을 거라 생각했던 가정부 문광이 박사장 집의 벨을 누르면서 유쾌했던 그들의 파티가 끝나고 맙니다.
집에 들어온 문광은 부엌과 연결된 박사장 집의 지하 벙커를 열고 그녀의 남편인 근세를 찾습니다. 기택의 가족들은 지하벙커가 있다는 사실에 놀랐지만 일단 문광에게 협조합니다. 문광과 그녀의 남편은 새로 들어온 운전기사, 가정부, 과외선생님, 미술 선생님이 모두 한 가족이라는 것에 이상함을 느끼고 박사장에게 사실을 알리겠다며 기택의 가족을 협박합니다. 기택의 가족은 박사장에게 사실이 알려지는 것을 막기 위해 몸싸움을 벌이던 중 그들을 다시 벙커에 가두게 됩니다.
그러던 중 충숙은 캠핑을 갔던 박사장네 가족이 폭우로 인해 다시 집으로 돌아오고 있다는 연락을 받습니다. 기택의 가족은 파티의 흔적, 싸움의 흔적을 재빨리 치우고 어둠 속에 숨어 있다가 박사장 가족이 잠든 사이 기택의 가족은 폭우를 뚫고 반지하 집에 도착하고 자신들의 비참한 현실을 직면하게 됩니다.
영화의 디테일
기택은 계획이 없다.
폭우로 인해 반지하 집마저 상실해 버린 기택의 가족은 수해 피해자들이 모여 있는 체육관에 모여 있습니다. 기우와 이야기를 나누던 기택은 '제일 좋은 계획은 무계획'이라고 합니다. 기택은 그동안 계획이 있었습니다. 다만 그 계획대로 이루어지지 않았을 뿐입니다. 영화에서 기택이 대만카스텔라 체인점과 치킨집을 운영했지만 망했다는 내용이 기택 가족의 대화에서 지나갑니다. 기택은 계속되는 실패 속에서 무계획이라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보입니다. 계획을 세우지만 실패가 반복되면 패배감에 사로잡히게 되고 이는 삶에 대한 자포자기로 이어집니다. 그리고 계획 없이 하루하루를 살아가게 됩니다.
우리 사회는 우리 모두 할 수 있다고 응원하는 메시지로 가득하지만 성공한 사람들은 소수에 지나지 않습니다. 소수의 성공한 사람들이 잡지에 나와서 유튜브에 나와서 '너도 할 수 있다'라고 합니다. 이런 동기부여에 자극받은 사람들은 진짜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도전하고 대부분 실패합니다. 문제는 실패한 사람들은 패배감뿐 아니라 자기혐오라는 감정까지 느끼게 된다는 것입니다. 이런 괴로운 감정을 계속해서 느끼느니, 차라리 무계획을 선택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사회는 무계획을 선택한 사람들을 비난합니다.
1호선 냄새
거실 테이블 바닥에 숨어 있던 기택은, 박사장 부부가 나누는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박사장은 기택에게서 지하철 1호선을 탔을 때 나는 냄새가 난다고 합니다. 그리고 폭우가 쏟아진 다음 날, 연교와 함께 장을 보러 간 기택은 자신의 냄새를 맡고 얼굴을 찡그리는 연교의 표정을 보게 됩니다. 간밤에 들은 이야기와 연교의 표정에서부터 감정이 고조된 기택은, 쓰러진 근세에게서 나는 냄새에 코를 막는 박사장을 보고 박사장을 칼로 찌르고 맙니다.
박사장 가족은 잘못한 게 없다. 다만 조금 무례했을 뿐
박사장 가족은 잘못한 것이 없습니다. 오히려 이 일련의 사건에서 가여운 피해자에 가깝습니다. 박사장 부부가 기택 가족에 대한 험담을 했어도 그건 그들이 들을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어둠 속에 숨어서 이를 들은 기택의 가족이 오히려 범죄자이죠. 박사장은 기택의 가족에게 속아서 성실히 일하고 있는 운전기사를 해고했고 자격이 없는 미술 교사(기정)와 과외 선생님(기우)을 고용했습니다. 좀 많이 먹지만 성실한 가정부가 집안일을 잘해주고 있었는데 이 가정부도 내쫓았습니다. 그리고 기우는 신분 상승의 허영심을 채우고자 다혜를 이용했습니다. 기택은 박사장을 죽였고, 박사장의 가족은 평생을 엄청난 트라우마로 인해 고통을 받게 될 것입니다.
영화 기생충의 메시지
이 영화를 보고 기택의 편 혹은 박사장의 편이 되어서 영화를 관람하셨나요? 마르크스주의자처럼 부르주아들을 혼내줘야 한다는 메시지로 받아들이셨나요?
전 기생충에서 나오는 '계획 없음'이 가슴을 후벼 팠습니다. 기택과 박사장의 가장 큰 차이는 도전했으나 실패했느냐, 성공했느냐의 차이입니다. 박사장이 태어날 때부터 부자라는 설정이 아닙니다. 박사장은 스타트업으로 시작해서 도전하고 성공한 사람이고 기택은 도전하고 실패한 사람입니다. 박사장이 실패했다면, 특히 기택처럼 연이어 실패했다면 박사장 역시 기택과 같이 자포자기했을 수도 있습니다.
여러분이 실패한 사람에게 다시 도전하면 되잖아,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심하게 실패해보지 못한 사람은 그 빠져나올 수 없는 늪의 깊이를 알지 못합니다. 영화 기생충에서는 계획하는 것조차 사치가 되어버린 우리 사회의 극단적인 단면을 짚어냅니다.
이제 부자와 가난뱅이의 갈등이 문제가 아닙니다. 가난뱅이에게는 계획을 세우는 것조차 허영인 이 현실이 문제입니다. 박사장은 선(line)을 지키는 것에 대해 계속 이야기합니다. 지금 우리 사회에 공식적인 계급은 없지만, 공식적으로 지켜야 할 선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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