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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일기

선배도 권력이다.

by planner_l 2025. 7.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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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중학생이던 시절에는 'X언니', 'X오빠'가 있었다고 한다. 그게 무언고 하니 내 뒤를 봐주는 빽같은 거라고 한다. 엄마 말에 의하면 '발라당 까진' 여자애들이 그런 언니 오빠들을 만들었고 엄마도 그런 언니 오빠를 하나쯤 갖고 싶었지만 노는 아이들 무리에 속하지 못해 가져보지 못했다고 한다. 

 

이 학교에 엄마가 학교다니던 시절의 X언니, X오빠는 없지만 어쨌든 소위 잘나가는 선배들을 알고 있는 게 곧 무기가 되는 것 같다. 우리반 여자애 ㅇㅇ은 첨에 같이 노는 애들이 없었다. 이 학교의 다수를 이루는 그 초등학교 출신이 아니었던 것 같다. 그런데 ㅇㅇ이 급식실에 갈 때나 복도를 다닐 때 알아보는 형이나 누나들이 많이 있었다. 그런데 그 형과 누나가 이 학교에서 소위 잘 나가는 선배들이었던 것인지 이 아이의 지위는 찐따에서 인싸로 상승하였다. 

"ㅇㅇ이 무슨 무슨 오빠랑 인사하는 거 봤어?"

"같이 학원 다녔다더라"

"ㅁㅁ 언니랑도 친하대~"

이런 소문이 순식간에 퍼지고 ㅇㅇ은 이제 인싸가 되었다. 

 

반대의 경우도 있다. ㄱㄱ은 첨에 친구들이 꽤 많아 보였다. 친구들...이라고 해야 하나? 암튼 친구를 사귀기 위해 부던히도 노력했다. 그런데 ㄱㄱ을 따라다니는 소문이 하나 있었다. ㄱㄱ은 다른 사람들의 뒷담을 많이 한다는 것이었다. ㄱㄱ이 이 학교의 어떤 선배에 대한 뒷담을 얘기하고 다녔는데 그게 그 선배의 귀에 들어간 모양이었다. 그 선배와 그 친구들이 교실에 찾아왔다. 

"ㄱㄱ이란 애가 누구야!"

아이들의 시선이 일제히 ㄱㄱ에게 향했고 그 선배는 ㄱㄱ을 데리고 교실 밖으로 나갔다. 나가서 어디로 데려갔는지 무슨 얘기를 했는지는 나도 모른다. 끝까지 지켜보지 못해서. 다만 그 이후로 ㄱㄱ은 학교에서 철저히 혼자가 되었다. 아이들이 ㄱㄱ에게 말을 거는 순간 나락 가는 거라고 했다. 처음엔 급식을 혼자서라도 먹었는데 지금은 급식실에 아예 가지 않고 교실에 엎드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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ㄱㄱ이 그 선배에 대해 무슨 뒷담을 했는지도 모른다. 아무도 나에게 얘기해주지 않으니까. 뒷담을 하는 건 나쁜 거다. 우리 부모님도 그런 건 절대 하면 안된다고 하셨고 만일 반드시 누군가의 험담을 하고 싶다면 차라리 집에 와서 엄마나 아빠에게 하라고 했다. 그치만 그렇다고 해서 전교생이 따돌려야 할만큼 큰 죄를 지은 걸까? 누군가에 대해 뒷담을 했다면 그 누군가가 화를 내고 그 누군가에게 사과하면 될 일 아닌가? 그 선배는 대체 어느 정도의 영향력을 가졌길래 그 선배에게 잘못한 것 때문에 전교생이 ㄱㄱ을 따돌리고 말도 걸지 않는가? 

 

그 선배에 대해 뒷담을 한 것이 한 여자애를 둘러싸고 성희롱하는 것보다 더 나쁜 짓인가? 수시로 같은 반 여자애들을 성희롱하는 개자식들은 히히호호 웃으면서 학교생활 즐겁게 잘하는데 이렇게까지 잔인하게 따돌림을 당해야 하나?

 

ㄱㄱ이 한 짓을 실수라고 하지는 않겠다. 그치만 누구나 실수가 아닌 잘못을 하면서 산다. 그리고 그 잘못을 깨닫고 뉘우치고 다시는 그런 잘못을 저지르지 않겠다고 다짐하며 용서받는 기회조차도 주어지지 않고 있는 이 상황이 너무 가혹한 건 아닌지.. 

 

담임선생님도 자신만의 뭔 채널이 있는 건지 ㄱㄱ이 전교생으로부터 따돌림을 당하고 있는 상황에 대해 알게 되었다. 그리고 담임 선생님은 종례 시간에 이렇게 말했다. 

"ㄱㄱ은 본인이 뭘 잘못했는지 잘 생각해봐"

"앞으로는 다른 사람 뒷담하지 말고"

 

역시, 우리 반에서 제일 병신은 담임선생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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