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글에서, 공직선거법 제90조는 헌법불합치 결정이 나서 개정 예정이라고 여러 번 언급한 바 있습니다. 오늘은 이 조항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1. 관련 조항
제90조(시설물설치 등의 금지) ① 누구든지 선거일 전 180일(보궐선거 등에서는 그 선거의 실시사유가 확정된 때)부터 선거일까지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하기 위하여 이 법의 규정에 의한 것을 제외하고는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할 수 없다. 이 경우 정당(창당준비위원회를 포함한다)의 명칭이나 후보자(후보자가 되려는 사람을 포함한다. 이하 이 조에서 같다)의 성명ㆍ사진 또는 그 명칭ㆍ성명을 유추할 수 있는 내용을 명시한 것은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하기 위한 것으로 본다.
1. 화환ㆍ풍선ㆍ간판ㆍ현수막ㆍ애드벌룬ㆍ기구류 또는 선전탑, 그 밖의 광고물이나 광고시설을 설치ㆍ진열ㆍ게시ㆍ배부하는 행위
2. 표찰이나 그 밖의 표시물을 착용 또는 배부하는 행위
3. 후보자를 상징하는 인형ㆍ마스코트 등 상징물을 제작ㆍ판매하는 행위
헌법불합치 내용
1호 ‘그 밖의 광고물 설치•진열•게시', 같은 항 제2호 중 '그 밖의 표시물 착용'에 관한 부분은 정치적 표현을 장기간 금지, 처벌함으로써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므로 헌법 불합치임.
※ 기존의 내용은 2023년 7월 31일까지만 잠정 허용 예정.
요약하자면, 제90조에서는 180일부터 선거일까지 시설물 등 광고물을 설치할 수 없도록 해두었는데, 이 제한이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지나치게 침해한다고 합니다.
2. 개정의 방향 예상
그래서 앞으로 개정안이 어떻게 결정될지는 모르겠으나, 아마도 기간에 대한 제한이 없어질 것으로 예상이 되는 상황입니다. 기간 제한을 둔다 해도 선거기간 동안으로 대폭 축소가 될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아마도 선거운동에 이르지 않는 범위에서 시설물을 이용하여 누구나 자유롭게 정치적 의사표현을 할 수 있도록 개정의 방향이 정해질 것 같습니다.
조금만 생각해보면, 우리나라에서 정치적 의사 표현을 가장 강력하게 할 수 있는 집단들이 어떤 곳들 일지 예상이 됩니다. 내가 아무리 어떤 정치적 견해를 가지고 있고 표현하고 싶더라도 내가 비용을 지불해 가며 현수막을 게시할 일은 아마 없을 것입니다. 저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이 이러할 것입니다.(기껏해야 어디 가서 맥주 한 잔 하며 이러쿵저러쿵 떠드는 게 전부일 것..) 하지만 자신들의 정치적 입장을 드러내는 데 이 조항을 마음껏 활용할 집단은 이미 충분히 많습니다.
3. 파트너가 있다.
누가 봐도 예상 가능한 이 상황을 만드는 데는 또 다른 법이 한몫 하고 있습니다. 바로 "옥외광고물 등의 관리와 옥외광고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이하 옥외광고물법)"입니다.
제8조(적용 배제) 표시ㆍ설치 기간이 30일 이내인 비영리 목적의 광고물등이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면 허가ㆍ신고에 관한 제3조 및 금지ㆍ제한 등에 관한 제4조를 적용하지 아니한다. 이 경우 제3호는 표시ㆍ설치 기간이 30일을 초과하는 광고물등도 포함한다. <개정 2022. 6. 10.>
1. 관혼상제 등을 위하여 표시ㆍ설치하는 경우
2. 학교행사나 종교의식을 위하여 표시ㆍ설치하는 경우
3. 시설물의 보호ㆍ관리를 위하여 표시ㆍ설치하는 경우
4. 단체나 개인이 적법한 정치활동을 위한 행사 또는 집회 등에 사용하기 위하여 표시ㆍ설치하는 경우
5. 단체나 개인이 적법한 노동운동을 위한 행사 또는 집회 등에 사용하기 위하여 표시ㆍ설치하는 경우
6. 안전사고 예방, 교통 안내, 긴급사고 안내, 미아 찾기, 교통사고 목격자 찾기 등을 위하여 표시ㆍ설치하는 경우
7. 「선거관리위원회법」에 따른 각급선거관리위원회의 선거, 국민투표, 주민투표(주민소환투표를 포함한다)에 관한 계도 및 홍보를 위하여 표시ㆍ설치하는 경우
8. 정당이 「정당법」 제37조제2항에 따른 통상적인 정당활동으로 보장되는 정당의 정책이나 정치적 현안에 대하여 표시ㆍ설치하는 경우. 다만, 현수막의 표시 방법 및 기간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지난 12월, 옥외광고물법 제8조가 위와 같이 개정되면서, 소위 정당 현수막은 별도의 신고나 허가 등의 제한 없이 자유롭게 아무 곳에나 게시가 가능하게 되었습니다. 이 법률의 개정과 더불어 공직선거법에 그나마 있던 기간 제한까지 없어진다면,, 선거가 임박할수록 얼마나 많은 현수막이 거리에 게시가 될지 보지 않아도 충분히 그림이 그려집니다.
4. 법에서 풀어주니 조례로 제한
현수막은 쓰레기도 많이 발생 시키지만, 바람이 불어 찢어지거나, 고정시킨 끈이 풀리기도 합니다. 이는 행인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위험요소이기도 한 것이죠.
자료를 찾던 중 한 기사가 눈에 띄어 소개드립니다.
위의 옥외광고물법 개정 뒤 인천시 거리에 정당 현수막이 난립하여 보행자가 이에 걸려 넘어지는 사고가 발생했다고 합니다. 이 사건을 계기로 현수막 난립이 시민들의 시야를 방해하고 안전을 위협한다는 문제 제기가 계속되었고, 상위법인 옥외광고물법과 충돌하지만 올해 4월 정당 현수막 규제를 담은 '옥외광고물 조례' 개정안을 시의회에 제출, 5월에 의결되었다고 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 클릭!)
https://www.youtube.com/watch?v=3f90YNEuc1E
5. 마무리
이번 글에서는 공직선거법 제90조와 옥외광고물법 제8조와 관련하여 현수막 관련 이야기를 더 해보았습니다.
폐현수막이 몇톤이니, 지구를 몇 바퀴 도니, 이런 근거 들이밀지 않아도 현수막이 많아지면 좋지 않다는 건 누구나 직관적으로 알 수 있습니다. 대체 왜 누가 무슨 목적으로, 이렇게 법을 개정한 건 지 잘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한쪽에서는 E.S.G 경영을 외치고 다른 쪽에선 쓰레기를 양산하는 법을 개정하다니 참 모순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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