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왜 부자는 비싼 신발을 10년 신고, 가난한 사람은 싼 신발을 매년 사는가?"
이 질문이 이상하게 들리지 않나요? 당연히 돈 없으면 싼 걸 사야하는 거 아닌가요? 그런데 놀랍게도 현실은 정반대입니다. 가난할수록 오히려 더 많은 돈을 씁니다. 더 정확히 말하면, 싼 물건을 반복해서 사느라 결국 비싼 값을 치르게 되는 겁니다.
오늘은 이 역설적인 현상이 왜 일어나는지, 그리고 어떻게 이 함정에서 벗어날 수 있는지 행동경제학과 소비심리학의 관점에서 이야기해보겠습니다.
1. 샘 바임스의 장화 이론 - 가난은 돈이 더 든다

영국의 작가 테리 프래쳇이 쓴 소설 속에는 '샘 바임스 장화이론'이라는 개념이 등장합니다. 이야기는 이렇습니다.
가난한 사람은 10달러짜리 장화를 삽니다. 그런데 이 장화는 1년이면 낡아서 또 새로 사야 합니다. 10년이면 100달러가 듭니다. 반면 부자는 50달러짜리 좋은 장화를 삽니다. 하지만 이 장화는 10년을 견딥니다. 결국 같은 10년 동안 가난한 사람은 100달러를, 부자는 50달러만 쓴 겁니다.
이게 단순한 이야기로 보일 수 있지만, 현실에서도 정확히 똑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센딜 멀레이너선 교수가 쓴 『결핍의 경제학』에 따르면, 저소득층은 같은 물건을 사는데도 중산층보다 평균 30% 이상을 더 지불한다고 합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요? 싸구려 가전제품이 1년마다 고장나서 수리비를 내거나 새로 사야 하고, 질 낮은 식료퓸은 영양가가 낮아 더 많이 먹어야 하며, 중고차는 잦은 정비로 결국 새 차보다 더 많은 비용이 들기 때문입니다.
더 큰 문제는 이것이 단순히 물건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가난한 사람들은 대출 금리도 더 높고, 은행 수수료도 더 많이 내며,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대량 구매도 하지 못합니다. 심지어 시간마저 더 많이 씁니다. 대중교통으로 왕복 3시간을 써서 출퇴근하는 사람과 집 근처 회사에 다니는 사람의 인생이 같을 수 없습니다.
2. 행동경제학이 밝혀낸 싸구려의 심리학

그렇다면 왜 우리는 머리로는 알면서도 계속 싼 물건을 살까요?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대니얼 카너먼은 인간의 뇌가 두 가지 시스템으로 작동한다고 설명합니다.
시스템1은 빠르고 직관적이며 감정적입니다. "이거 싸네, 당장 사자!"하는 충동이 여기서 나옵니다. 시스템 2는 느리고 논리적이며 계산적입니다. "잠깐, 이거 1년 쓰면 오히려 손해 아닌가?"하고 따지는 게 바로 이 시스템입니다.
문제는 대부분의 소비 상황에서 시스템1이 먼저 작동한다는 겁니다. 특히 돈이 부족할 때는 더욱 그렇습니다. 심리학자들은 이를 "결핍 마인드셋(Scaricity Mindset)"이라고 부릅니다. 돈이 부족하면 뇌는 생존 모드로 전환되고, 장기적 계회보다 당장의 해결에 집중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볼까요? 지금 당장 신발이 필요한데 통장 잔고가 3만원밖에 없다면, 10만원짜리 좋은 신발은 선택지ㅇ조차 들어오지 않습니다. 머리로는 "10만원짜리가 5년 가니까 장기적으론 이득"이라는 걸 알지만, 지금 당장 3만원밖에 없는 현실 앞에서 그 계산은 무의미해집니다.
더 교묘한 건, 싼 물건을 살 때 우리 뇌는 일종의 "합리화 보상"을 받는다는 점입니다. "나 진짜 알뜰하게 잘 샀다"는 뿌듯함이 도파민을 분비시키고, 이 쾌감이 다음 번에도 같은 선택을 하게 만듭니다. 하지만 3개월 뒤 그 물건이 망가졌을 때의 실망감은 이미 기억에서 희미해진 후입니다.
MIT 행동경제학 연구소의 댄 애리얼리 교수는 이를 "현재편향(Present Bias)"이라고 부릅니다. 인간은 먼 미래의 큰 이익보다 당장 눈 앞의 작은 이익에 훨씬 큰 가지를 부여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죠.
3. 싸구려 함정에서 벗어나는 3가지 전략
그렇다면 어떻게 이 악순환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요? 세가지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합니다.
1) 전략 1 : 단가가 아니라 '시간당 비용'으로 계산하라
3만원짜리 신발이 6개월 가고, 10만원짜리 신발이 3년 간다면 어떤 게 더 쌀까요? 간단한 계산입니다.
ㅁ 3만원 신발 : 3만원 / 6 --> 1개월에 5,000원
ㅁ 10만원 신발 : 10만원/ 36 --> 1개월에 2.778원
결과는 명확합니다. 비싼 물건이 오히려 50% 가까이 저렴합니다.
투자의 대가 워렌 버핏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싼 물건을 사는 습관은 부자가 된 후에도 남지만, 비싼 물건을 자주 사는 습관은 가난해지는 가장 빠른 길이다." 여기서 '비싼'의 의미는 가격이 아니라 품질 대비 내구성이라고 합니다. 물건을 살 때 이렇게 질문하세요. "이걸 얼마나 오래 쓸 수 있지? 한 달로 나누면 실제 비용은 얼마지?" 이 한 가지 질문만으로도 소비 패턴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2) 전략 2 : '6개월 저축 후 구매'원칙
당장 돈이 없는데 어떻게 비싼 걸 사냐고요? 바로 여기에 핵심이 있습니다. 기다리는 것입니다. 3만원짜리는 6개월마다 사는 대신, 그 돈을 6개월 동안 모으세요. 그럼 18만원이 됩니다. 이제 10만원짜리 신발을 사고도 8만원이 남습니다. 이 8만원을 또 6개월 모으면 다음번엔 3년 가는 신발을 현금으로 살 수 있습니다.
핵심은 '구매시점을 늦추는 것'이 아니라 '소비 패턴의 구조를 바꾸는 것'입니다. 첫번째 사이클이 가장 힘듭니다. 하지만 한번 이 구조로 전환되면, 더 이상 급하게 싼 물건을 사지 않아도 됩니다. 행동경제학에서는 이를 "자기 통제 메커니즘"이라고 부릅니다. 미래의 나를 위해 현재의 나를 제약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입니다.
3) 전략3 : '3회 사용 후 평가' 습관
싼 물건을 사는 또 다른 이유는 "혹시 안 쓸수도 있는데 비싼 거 사기 아깝잖아"라는 불안감입니다. 그래서 제안하는 방법은 렌탈이나 중고로 먼저 3회 사용해보기입니다. 예를 들어 캠핑장비가 필요하다면 처음부터 새 제품을 사지 마세요. 렌탈로 3번 사용해보고 정말 계속 쓸 것 같으면 그때 품질 좋은 제품을 사는 겁니다. 3번 안에 흥미를 잃었다면? 애초에 살 필요가 없던 물건이었던 거죠.
스탠퍼드 대학의 소비심리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은 구매 후 30일 이네에 65% 의 물건을 "왜 샀지?"라고 후회한다고합니다. 특히 충동구매한 저가 제품일수록 그 비율은 더 높아집니다. 진짜 필요한 물건이라면, 기다렸다가 제대로 된 걸 사는 것이 결국 가장 경제적입니다.
4. 가난을 벗어나는 건 소비구조를 바꾸는 것이다.
철학자 쇼펜하우어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부는 바다와 같아서 마시면 마실수록 더 목마르게 된다." 싼 물건을 반복해서 사는 행위가 바로 이 짠물을 마시는 것과 같습니다. 당장은 갈증이 해소된 것 같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더 큰 결핍이 찾아옵니다.
가난에서 벗어나는 첫번째 단계는 "더 많이이 버는 것"이 아니라 "소비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것"입니다. 월급이 두 배가 되도 똑같은 방식으로 쓴다면, 여전히 통장은 비어 있을 것입니다. 부자들이 낡은 티셔츠를 입고 다니는 이유는 인색해서가 아닙니다. 그들은 "가격이 아니라 가치"로 물건을 판단하기 때문입니다. 3만원짜리 티셔츠 10벌보다, 30만원짜리 티셔츠 1벌이 10년 간다면 그게 더 싼 겁니다.
당신이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은 간단합니다. 오늘부터 물건을 살 때 이 질문을 하세요.
"이 물건의 한달 사용 비용은 얼마인가?"
"6개월 기다렸다가 제대로 된 걸 사면 어떻게 될까?"
"정말 3번 이상 쓸 물건인가?"
이 3가지 질문만 습관화 해도 5년 뒤 당신의 통장 잔고는 완전히 달라져 있을 겁니다. 가난은 돈이 없어서가 아니라, 돈을 쓰는 방식이 잘못되어서 지속되는 경우가 더 많다고 합니다. 싸구려 함정에서 벗어나세요. 그 작은 선택 하나가 당신의 미래를 바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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